쿠션량이 사이클마다 흔들리기 시작하면,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체크링 갔다"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었습니다. 역류방지 밸브(Check Valve) 불량의 진짜 원인은 부품 마모와 공정 설정값 오류, 두 가지 모두일 수 있고 순서를 바꿔 진단하면 비용만 날립니다. 쿠션량 변화, 마모의 신호인가 아닌가쿠션량(Cushion)이란 사출 완료 후 스크류 앞단에 남아 있는 수지의 양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사출 후 스크류가 얼마나 앞으로 나갔는지 남은 여분의 수지 양인데, 이 수치가 매 사이클 일정하지 않으면 금형 안에 들어가는 수지량 자체가 들쭉날쭉해진다는 뜻입니다.일반적으로 쿠션량이 흔들리면 체크링 마모를 먼저 의심하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맞기도 하고 ..
금형온도를 물어보면 대부분 온조기 설정값을 그대로 읊습니다. 실제 금형 표면 온도는 측정조차 안 해본 채로요. 저도 현장 초반에 그랬고, 그 대가를 불량률로 치렀습니다. 금형온도 하나가 제품 변형, 웰드라인, 탄화까지 연결된다는 걸 몸으로 배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원료물성을 모르면 금형온도 세팅은 감이다성형조건을 잡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원재료 데이터시트를 펴는 겁니다. 폴리머 분자량이 클수록 용융 수지가 금형 내부를 흐르는 데 더 큰 저항이 생기고, 그만큼 금형온도를 높게 잡아야 충전이 원활해집니다. 이게 소재마다 권장 금형온도 범위가 다른 이유입니다.여기서 응력 완화(Stress Relaxation)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응력 완화란 고온 상태에서 폴리머 내부에 쌓인 잔류응력이..
처음 공장에 들어섰을 때 사무실 벽에 걸린 문구가 있었습니다. "사출은 온도다." 그때는 그냥 슬로건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을 몇 년 겪고 나니, 그 짧은 한 마디가 사출성형의 거의 전부를 담고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불량의 시작도, 해결의 실마리도 결국 온도에서 나왔습니다. 냉각 효율, 레이놀즈 수, 스케일링 — 이론은 알겠는데, 현장에서 실제로 검증이 되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레이놀즈 수, 이론과 현장 사이의 거리솔직히 저는 레이놀즈 수라는 개념을 현장에서 일하면서 제대로 따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냉각수가 흐르면 되는 거 아닌가, 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냉각 효율이 왜 이렇게 들쭉날쭉한지 한번 파고들다 보니 이 숫자를 피해 갈 수가 없더군요.레이놀즈 수(Re)란 유체의 흐름 상태를..
사출성형 현장에서 수익을 갉아먹는 주범은 장비 부족이 아니라 실행력의 부재라는 말, 직접 겪어보니 절반은 맞고 절반은 더 복잡한 이야기였습니다. 20년 넘은 성형기가 아직도 돌아가는 현장에서 표준화를 이야기하는 게 얼마나 현실적인 일인지, 제가 경험한 그대로 풀어보겠습니다. 가동 첫 1시간이 하루 수익을 결정합니다사출성형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시간대는 설비 가동 직후 첫 1시간입니다. 이 시간 동안 스크랩(불량품) 발생률이 치솟고 치수 편차가 가장 심하게 나타납니다. 스크랩이란 성형 조건이 안정되기 전에 사출 된 불량품으로, 이것이 쌓이면 원료 낭비는 물론 생산 사이클 전체가 틀어집니다.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작업자의 실력이 아니었습니다. 표준화된 가동 시작 절차가 없다는 게 ..
충진 시간 오차를 ±0.04초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기준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0.04초면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시간의 10분의 1도 안 됩니다. 그런데 이 미세한 차이가 수지의 점도를 바꾸고, 결국 제품 품질을 가른다는 게 사출성형의 현실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수십 번 겪어온 그 답답함의 근원이 사실 여기 있었습니다. 전단속도와 충진시간 — 점도 곡선이 말하는 것플라스틱 수지는 비뉴턴 유체(Non-Newtonian fluid)입니다. 여기서 비뉴턴 유체란, 물이나 기름처럼 외부 힘과 무관하게 점도가 일정한 유체가 아니라, 가해지는 힘의 세기에 따라 점도 자체가 변하는 유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빠르게 밀어낼수록 수지가 묽어지는 성질입니다.이 성질을 시각화한 것이 바로 ..
솔직히 저는 PET를 처음 다뤘을 때 "그냥 페트병 만드는 재료 아닌가"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는 실린더 안에서 수지가 돌처럼 굳어버리던 날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는 가볍고 강하며 재활용까지 되는 소재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다루려면 그 까다로운 성질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이 글은 소재 특성부터 제가 직접 겪은 트러블까지, 두 가지 시각을 나란히 놓고 살펴봅니다. PET 소재 특성 — 책에서 알려주지 않는 것들PET는 에틸렌글리콜과 테레프탈산이라는 두 단량체를 중합해 만든 열가소성 폴리에스테르입니다. 여기서 열가소성(thermoplastic)이란 가열 하면 녹고 냉각하면 다시 굳는 성질을 말하는데, 덕분에 사출 성형·압출·필름 등 다양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