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만 잘 만들면 외관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는 그 생각이 얼마나 비싼 착각인지를 시제품 불량 수십 개를 손에 쥐고서야 깨달았습니다. 사출성형에서 외관 불량은 금형 탓이 아니라 검토 단계에서 이미 결정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수지가 게이트를 통과하는 그 첫 순간부터 흐름을 읽지 못하면, 이후에 아무리 조건을 바꿔봤자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습니다. 게이트 위치 — 검토 단계에서 못 박지 않으면 나중에 피 봅니다제가 직접 겪어보니, 게이트 위치를 대충 정하고 금형 제작에 들어갔을 때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시사출을 돌리고 나서 흐름을 달리하고 싶어도 이미 게이트 위치는 고정된 상태라, 조건만 이리저리 바꾸다 시간을 다 써버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게이트(gate)란 용융 ..
큰 기계에 작은 금형을 물리면 바리(플래시)가 안 잡힐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기계 형판은 휘고, 금형 파팅라인은 눌리고, 결국 현장이 모든 고생을 떠안았습니다. 형체장치 설정이 수익과 직결된다는 사실, 제 경험으로 다시 풀어봅니다.큰 기계에 작은 금형을 쓰면 바리가 잡힌다는 착각20년 넘게 현장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기계가 크면 클수록 형체력이 강하니까 바리는 안 나오지 않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그 논리가 맞는 것 같았으니까요.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토글식 형체장치(toggle-type clamping)에서는 형체력의 대부분이 금..
용융온도를 기계 화면에 찍힌 실린더 설정값으로 읽고 있다면, 지금 보고 있는 숫자는 실제 수지 온도가 아닙니다. 제가 현장에서 퍼징을 해보고 나서 처음 이 사실을 실감했을 때의 당혹감은 꽤 컸습니다. 같은 설정값인데 기계마다 나오는 수지 온도가 전혀 달랐으니까요.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용융온도를 제대로 읽어내는 방법과 퍼징 점도가 왜 중요한지를 데이터와 함께 풀어봅니다. 목표 온도, 어디서 잡아야 하나"나일론이니까 이 정도면 되겠지", "ABS니까 대략 240도"라는 식의 접근을 저도 초반엔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출발점입니다. 요즘 시장에 유통되는 수지는 그레이드(Grade) 별로 첨가제 구성이 완전히 다르고, 자외선 안정화제나 항산화 안정화제 같은 성분 하나가 적정 가공..
플라스틱은 다 똑같이 녹는다고 생각하셨다면,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PP 조건을 잡던 날, 노즐에서 수지가 콧물처럼 주르륵 흘러내리는 걸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비정질과 반정질은 열을 받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 차이를 모르고 조건을 잡으면, 버(Burr)와 미성형(Short shot)이 번갈아 가며 현장을 괴롭힙니다. ABS와 PP, 같은 열을 받는데 왜 이렇게 다를까 — 분자구조 이야기혹시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실린더 온도는 비슷하게 맞췄는데 왜 어떤 수지는 얌전히 녹고, 어떤 수지는 갑자기 왈칵 쏟아지는 것인지 말입니다.그 답은 폴리머 사슬 배열에 있습니다. 비정질 폴리머(Amorphous Polymer)란, 분자 사슬이 일정한 규칙 없이 마치 한 움큼..
처음 금형을 열었을 때 수지 흐름이 이렇게 복잡한 변수를 품고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스프루에서 런너, 게이트를 거쳐 제품 끝까지 이어지는 유동선단(flow-front)의 움직임이 불량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유동선단 거동을 읽는 눈이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조건 셋팅이 달라졌고, 불량률도 확연히 줄었습니다. 유동선단과 점도, 생각보다 훨씬 깊은 관계유동선단의 움직임은 수지의 점도(viscosity)와 직결됩니다. 여기서 점도란 수지가 얼마나 잘 흐르는지를 나타내는 특성으로, 쉽게 말해 꿀처럼 끈적한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온도가 오르면 점도가 낮아지고, 수지가 더 쉽게 흐르면서 유동선단의 속도도 빨라집니다.제가 직접 경험해 봤을 때, 실린더 온도나 금형 온도를 조금만 올려도..
플래시가 나오면 당연히 금형 셧오프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파고들어 보니 벤트 막힘이 원인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사출성형 불량은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 원인이 다른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공정 조정에 앞서 근본원인을 먼저 잡지 않으면, 고친다고 한 게 오히려 다른 불량을 키우는 일이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합니다.근본원인 — 눈에 보이는 불량이 진짜 원인이 아닐 수 있다저도 처음엔 플래시(flash)가 나오면 금형 파팅라인(parting line) 문제거나 클램핑 포스(clamping force) 부족이라고 단정했습니다. 여기서 파팅라인이란 금형이 두 쪽으로 나뉘는 경계면을 말하는데, 이 면이 제대로 밀착되지 않으면 수지가 새어 나와 플래시가 생깁니다. 그런데 막상 금형을 빼서 셧오프(shutoff)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