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출성형 현장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조건 하나 바꿀 때마다 머릿속에서 수백 번 시뮬레이션을 돌렸습니다.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이나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CFRP) 같은 신소재가 들어오면 그 부담은 몇 배가 됐습니다. 그런데 머신러닝이 그 암호를 대신 풀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데이터를 만든다 — 데이터 합성의 발상머신러닝 얘기가 나오면 현장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있습니다. "데이터가 없는데 어떻게 씁니까?" 저도 똑같이 물었습니다. 신소재일수록 축적된 실험 데이터가 없고, 있어도 포맷이 제각각이라 쓸 수가 없습니다.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Case Western Reserve Universi..
솔직히 저는 처음에 분쇄재를 그냥 신재에 섞어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직접 써보니 그게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금방 알게 됐습니다. 재분쇄 원료는 형태도 크기도 제각각이고, 분진까지 섞여 있어서 이송 파이프가 막히고 성형기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원가 절감이 목표였는데, 정작 관리 비용이 더 들어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분쇄재 투입, 왜 생각처럼 안 될까요?재분쇄 원료를 공정에 투입하다 보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문제가 바로 흐름성 부족입니다. 여기서 흐름성이란 원료가 호퍼(hopper)나 이송 배관을 통해 막힘 없이 이동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펠렛(pellet) 형태의 신재는 크기가 균일하고 표면이 매끄러워 중력만으로도 잘 흘러내립니다. ..
현장에서 금형이 터지고 나서야 수리 지시가 떨어지는 걸 수도 없이 봤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저도 "고장 나면 고치면 되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몇 번 크게 당하고 나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수리 자체보다 그 수리가 언제 또 필요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게 진짜 문제였습니다. 이 글은 데이터 수집과 이력관리가 왜 단순한 행정 작업이 아닌 비용 문제인지, 제가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느낀 것들을 풀어놓은 기록입니다. 데이터 수집,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금형 수리 후 작업일지에 "수리 완료"라고 한 줄 쓰고 끝내는 곳이 아직도 많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그 한 줄짜리 기록으로는 한 달 뒤에 같은 문제가 왜 다시 터지는지 절대 알 수가 없습니다. 날짜, 쇼트 수(shot coun..
새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아무도 안 쓰는 상황, 겪어보셨습니까. 저는 그 상황을 무려 3년 가까이 버텼습니다. 사출성형 현장에서 생산 모니터링 시스템을 올리는 데 첫 번째 시도가 통째로 실패했고, 두 번째 시도 끝에 겨우 가동은 했지만 종이 장부와 컴퓨터를 동시에 쓰는 이상한 시절이 또 2년이나 이어졌습니다. 그 긴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실시간으로 현장 불량률과 가동률을 핸드폰 앱으로 확인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실제로 부딪혀본 사람만 아는 이야기를 꺼내보겠습니다.시스템 도입, 두 번의 실패와 한 번의 결단처음 시작은 약 2년에 걸친 외부 업체 지원 프로젝트였습니다. 사출성형 공정 모니터링과 생산관리를 동시에 잡겠다는 목표였는데, 결과는 1차 실패였습니다. 시스템이 현장 흐름을 따라오지 못했고, 팀원들은 ..
쿠션량이 사이클마다 흔들리기 시작하면,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체크링 갔다"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었습니다. 역류방지 밸브(Check Valve) 불량의 진짜 원인은 부품 마모와 공정 설정값 오류, 두 가지 모두일 수 있고 순서를 바꿔 진단하면 비용만 날립니다. 쿠션량 변화, 마모의 신호인가 아닌가쿠션량(Cushion)이란 사출 완료 후 스크류 앞단에 남아 있는 수지의 양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사출 후 스크류가 얼마나 앞으로 나갔는지 남은 여분의 수지 양인데, 이 수치가 매 사이클 일정하지 않으면 금형 안에 들어가는 수지량 자체가 들쭉날쭉해진다는 뜻입니다.일반적으로 쿠션량이 흔들리면 체크링 마모를 먼저 의심하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맞기도 하고 ..
금형온도를 물어보면 대부분 온조기 설정값을 그대로 읊습니다. 실제 금형 표면 온도는 측정조차 안 해본 채로요. 저도 현장 초반에 그랬고, 그 대가를 불량률로 치렀습니다. 금형온도 하나가 제품 변형, 웰드라인, 탄화까지 연결된다는 걸 몸으로 배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원료물성을 모르면 금형온도 세팅은 감이다성형조건을 잡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원재료 데이터시트를 펴는 겁니다. 폴리머 분자량이 클수록 용융 수지가 금형 내부를 흐르는 데 더 큰 저항이 생기고, 그만큼 금형온도를 높게 잡아야 충전이 원활해집니다. 이게 소재마다 권장 금형온도 범위가 다른 이유입니다.여기서 응력 완화(Stress Relaxation)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응력 완화란 고온 상태에서 폴리머 내부에 쌓인 잔류응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