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 내부 부품을 POM으로 찍어내던 시절, 취출한 제품이 식으면서 치수가 틀어지는 걸 보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높은 수축률 때문이었는데,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금형 바로 아래에 물통을 놓고 제품을 바로 빠뜨리는 방법이었습니다. 황당해 보여도 실제로 꽤 효과가 있었고, 그때부터 POM이 제게는 '귀찮지만 배울 게 많은 수지'로 남아 있습니다.POM이란 무엇인가 — 이름보다 냄새가 먼저 기억에 남는 소재폴리옥시메틸렌(POM)은 아세탈 또는 폴리아세탈이라고도 불리는 반결정성 열가소성 수지입니다. 여기서 반결정성이란 수지 내부에 결정 구조와 비결정 구조가 공존한다는 뜻으로, 이 특성이 높은 강성과 치수 안정성을 동시에 만들어냅니다.POM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호모폴리머 POM은 기계적 강도가 높..
PS(폴리스티렌) 수지는 사출 성형 재료 중 가장 다루기 쉬운 편에 속합니다. 용융 온도가 180~280°C로 낮고, 흐름성이 좋아 복잡한 형상도 비교적 수월하게 채워집니다. 제가 처음 사출 조건을 잡아보기 시작했을 때 PS였는데, 초보였는데도 생각보다 훨씬 쉽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PS 수지의 특성과 현장에서 직접 겪어본 것들복사기 부품을 생산하던 시절, 용지 카세트 금형을 처음 돌렸을 때가 떠오릅니다. 얇고 길쭉한 구조에 리브(rib)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형상이었는데, 재료 특성 덕에 금형이 생각보다 깔끔하게 채워졌습니다. 여기서 리브(rib)란 부품의 벽면 뒤쪽에 세워 두는 보강 돌기를 말하는데, 얇은 벽 두께를 유지하면서도 강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PS는 용융 흐름성이 우수해 이런 세..
플라스틱인데 금속보다 강하고, 뜨거운데 녹지 않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LCP(액정 폴리머)가 딱 그런 소재입니다. 처음 현장에서 이 수지를 만났을 때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성형 조건을 잡아가다 보니 왜 스마트폰 커넥터나 항공우주 부품에 이 소재가 쓰이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공정 데이터와 제 현장 경험을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공정 팩트: LCP 사출 성형,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LCP 사출 성형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온도입니다. 배럴(실린더) 설정 온도가 보통 300~350°C 구간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390°C에서 400°C까지 올려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여기서 배럴이란 사출 성형기 안에서 수지를 녹이는 금속 통을 말하는데, 일반 범용 히터로는 이 온도 범위를 안..
게이트 컷팅을 하는 순간 제품 표면이 생선 비늘처럼 벗겨질 때의 그 느낌, 현장에서 처음 마주하면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저도 PC/ABS 소재를 사출하다가 게이트 주변에서 박리가 터진 경험이 있는데, 원인을 찾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습니다. 사출성형에서 박리현상은 단순한 외관 불량이 아니라 부품 강도 자체를 무너뜨리는 결함입니다. 원인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짚어두지 않으면 같은 상황이 반복됩니다.박리현상의 실제 원인, 교과서와 현장은 다르다박리현상(Delamination)이란 성형된 부품의 표면층이 마치 얇은 막처럼 분리되어 벗겨지는 결함입니다. 쉽게 말해 나무가 결을 따라 갈라지듯, 수지의 층과 층 사이가 제대로 결합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상태입니다. 겉보기엔 단순히 긁힌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부품..
사출성형 불량의 원인을 찾다 보면 결국 대부분 냉각으로 귀결됩니다. 워핑, 싱크마크, 수축 — 현장에서 골치를 썩이는 결함들의 뿌리를 파고들면 냉각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사출 조건 탓을 했는데, 결국 금형 냉각 구조를 바꾸고 나서야 불량이 잡혔던 경험이 있습니다. 냉각이 사출성형 사이클의 60~70%를 차지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사출성형 공정에서 냉각 단계는 전체 사이클 타임의 약 60~70%를 차지합니다(출처: Hitop Industrial). 다시 말해, 금형에 수지를 채우는 시간보다 식히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냉각 투자는 늘 뒷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냉각라인 설계를 대충 넘기고 나면 생산..
솔직히 저는 처음 스팀금형 라인에 투입됐을 때 이게 얼마나 위험한 공정인지 몰랐습니다. 고온 고압의 스팀이 금형 안을 드나드는 구조라는 걸 이론으로는 알았는데, 실제로 카플러 연결 부위에서 스팀이 새어나와 손등에 화상을 입고 나서야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무도장 사출성형은 도장 공정 없이 성형품 그대로를 제품으로 쓰는 기술입니다. 친환경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현장에서 마주치는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스팀금형이 왜 등장했는가 — 도장 공정의 한계플라스틱 사출성형 현장에서 오래된 고민 중 하나가 웰드라인입니다. 여기서 웰드라인이란 용융수지가 금형 안에서 두 갈래로 흘러가다 다시 만나는 경계면에 생기는 선 형태의 흔적으로, 제품 외관에 그대로 드러나면 불량처럼 보입니다. 이걸 감추려고 도장 공정을 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