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PET를 처음 다뤘을 때 "그냥 페트병 만드는 재료 아닌가"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는 실린더 안에서 수지가 돌처럼 굳어버리던 날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는 가볍고 강하며 재활용까지 되는 소재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다루려면 그 까다로운 성질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이 글은 소재 특성부터 제가 직접 겪은 트러블까지, 두 가지 시각을 나란히 놓고 살펴봅니다. PET 소재 특성 — 책에서 알려주지 않는 것들PET는 에틸렌글리콜과 테레프탈산이라는 두 단량체를 중합해 만든 열가소성 폴리에스테르입니다. 여기서 열가소성(thermoplastic)이란 가열 하면 녹고 냉각하면 다시 굳는 성질을 말하는데, 덕분에 사출 성형·압출·필름 등 다양한 ..
HDPE가 잘 식었는지 손으로 만져봤는데 뜨겁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다음 날 제품을 꺼내보니 뒤틀려 있었습니다. 결정성 수지의 잠열 특성을 몰랐던 초반에 저도 이 실수를 그대로 했습니다. HDPE 사출, 이론만 알면 반드시 벽에 부딪힙니다. HDPE가 결정성 수지인 이유, 이걸 모르면 조건 세팅이 흔들린다HDPE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igh-Density Polyethylene)입니다. 쉽게 말해 에틸렌을 고압 중합해 만든 열가소성 수지인데, 핵심은 이 소재가 결정성 수지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결정성 수지란 분자 구조가 규칙적으로 배열되는 수지를 의미합니다. 비결정성 수지와 달리, 냉각 과정에서 결정화가 이루어지면서 잠열(latent heat)이 방출됩니다. 잠열이란 온도 변화 없이 상태가 바뀔 때 흡수..
배압(Back Pressure)이 가스만 잡는 조건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배압 하나로 수축, 미성형, 심지어 휨까지 달라지는 걸 직접 겪었습니다. 이론서에는 잘 나오지 않는 그 경험들을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배압의 역할과 팩트: 가스 제거가 전부가 아닙니다배압이 가스를 제거한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압이 샷 사이즈(Shot Size), 즉 한 번의 사출에 투입되는 수지의 양까지 직접적으로 조절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인지하고 계십니까?배압(Back Pressure)이란, 가소화(Plasticization) 단계에서 스크류가 뒤로 물러나는 동작에 저항을 거는 압력을 말합니다. 여기서 가소화란 고체 상태의 수지 펠릿을 열과 마찰로 녹여 균일한 ..
금형을 처음 받아서 열어봤을 때, 어디부터 봐야 할지 막막했던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상측이니 하측이니, 코어니 캐비티니 말은 많은데 실제로 뭘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아무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더군요. 이 글은 사출 금형의 코어와 캐비티가 각각 어떤 구조이고, 설계할 때 뭘 봐야 하며, 실제 현장에서 어떤 순서로 점검해야 하는지를 제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내용입니다.코어와 캐비티, 뭐가 다른가요사출 금형은 크게 두 덩어리로 나뉩니다. 현장에서는 보통 상측과 하측, 또는 고정 측과 이동 측이라고 부릅니다. 공식 명칭으로는 캐비티(Cavity)가 상측·고정 측, 코어(Core)가 한 측·이동 측에 해당합니다. 같은 금형을 두고 부르는 이름이 현장마다 달라서 처음엔 꽤 헷갈립..
PS(폴리스티렌) 수지는 사출 성형 재료 중 가장 다루기 쉬운 편에 속합니다. 용융 온도가 180~280°C로 낮고, 흐름성이 좋아 복잡한 형상도 비교적 수월하게 채워집니다. 제가 처음 사출 조건을 잡아보기 시작했을 때 PS였는데, 초보였는데도 생각보다 훨씬 쉽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PS 수지의 특성과 현장에서 직접 겪어본 것들복사기 부품을 생산하던 시절, 용지 카세트 금형을 처음 돌렸을 때가 떠오릅니다. 얇고 길쭉한 구조에 리브(rib)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형상이었는데, 재료 특성 덕에 금형이 생각보다 깔끔하게 채워졌습니다. 여기서 리브(rib)란 부품의 벽면 뒤쪽에 세워 두는 보강 돌기를 말하는데, 얇은 벽 두께를 유지하면서도 강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PS는 용융 흐름성이 우수해 이런 세..
게이트 컷팅을 하는 순간 제품 표면이 생선 비늘처럼 벗겨질 때의 그 느낌, 현장에서 처음 마주하면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저도 PC/ABS 소재를 사출하다가 게이트 주변에서 박리가 터진 경험이 있는데, 원인을 찾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습니다. 사출성형에서 박리현상은 단순한 외관 불량이 아니라 부품 강도 자체를 무너뜨리는 결함입니다. 원인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짚어두지 않으면 같은 상황이 반복됩니다.박리현상의 실제 원인, 교과서와 현장은 다르다박리현상(Delamination)이란 성형된 부품의 표면층이 마치 얇은 막처럼 분리되어 벗겨지는 결함입니다. 쉽게 말해 나무가 결을 따라 갈라지듯, 수지의 층과 층 사이가 제대로 결합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상태입니다. 겉보기엔 단순히 긁힌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부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