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형을 들여놓고 셋업에만 며칠을 날린 경험, 저도 있습니다. 250톤짜리 기계 앞에서 조건 하나 못 잡아 스크랩만 쌓아가던 그 시간들이요. 그런데 최근 LS엠트론이 내놓은 TSP(토탈 솔루션 파트너십) 전략과 Molding 5.0 플랫폼을 보고 나서, 25년 동안 국산·일본산 가릴 것 없이 온갖 기종을 돌려온 제 경험에서 꽤 의미 있는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회사 홍보 소식으로 넘기기엔 현장 입장에서 짚어볼 부분이 많아 이렇게 정리해 봤습니다.국산 성형기, 언제부터 믿고 쓰게 됐나20년 전만 해도 저희 공장에서는 미쓰비시, 토요, 스미토모, 닛세이, 니가타 같은 일본 기종이 주력이었습니다. 당시엔 "일본산이 정밀하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깔려 있었고, 실제로 잔고장 빈도는 국산보다 낮은 편이..
AI가 제조 현장을 바꾼다고 하는데, 정작 현장 리더는 뭘 먼저 해야 할까요. 저도 한동안 이 질문을 멀리서만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스마트폰으로 AI에게 설비 문제를 물어봤더니 선배한테 물어볼 때보다 훨씬 조리 있게 답이 나왔습니다. 그때부터 '이게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비용 줄이면서 혁신하라고? 제조 현장이 처한 이중 압박AI 도입을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시각이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조 현장 리더들이 실제로 맞닥뜨리는 현실은 훨씬 복잡합니다. 한쪽에서는 기존 설비와 IT 인프라 유지에 드는 운영비를 줄이라고 하고, 동시에 그 예산으로 AI를 구축해서 경쟁력을 높이라고 합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으라는 요구입니다.제가 현장에..
사출성형 현장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조건 하나 바꿀 때마다 머릿속에서 수백 번 시뮬레이션을 돌렸습니다.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이나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CFRP) 같은 신소재가 들어오면 그 부담은 몇 배가 됐습니다. 그런데 머신러닝이 그 암호를 대신 풀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데이터를 만든다 — 데이터 합성의 발상머신러닝 얘기가 나오면 현장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있습니다. "데이터가 없는데 어떻게 씁니까?" 저도 똑같이 물었습니다. 신소재일수록 축적된 실험 데이터가 없고, 있어도 포맷이 제각각이라 쓸 수가 없습니다.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Case Western Reserve Universi..
솔직히 저는 처음에 분쇄재를 그냥 신재에 섞어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직접 써보니 그게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금방 알게 됐습니다. 재분쇄 원료는 형태도 크기도 제각각이고, 분진까지 섞여 있어서 이송 파이프가 막히고 성형기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원가 절감이 목표였는데, 정작 관리 비용이 더 들어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분쇄재 투입, 왜 생각처럼 안 될까요?재분쇄 원료를 공정에 투입하다 보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문제가 바로 흐름성 부족입니다. 여기서 흐름성이란 원료가 호퍼(hopper)나 이송 배관을 통해 막힘 없이 이동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펠렛(pellet) 형태의 신재는 크기가 균일하고 표면이 매끄러워 중력만으로도 잘 흘러내립니다. ..
현장에서 금형이 터지고 나서야 수리 지시가 떨어지는 걸 수도 없이 봤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저도 "고장 나면 고치면 되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몇 번 크게 당하고 나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수리 자체보다 그 수리가 언제 또 필요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게 진짜 문제였습니다. 이 글은 데이터 수집과 이력관리가 왜 단순한 행정 작업이 아닌 비용 문제인지, 제가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느낀 것들을 풀어놓은 기록입니다. 데이터 수집,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금형 수리 후 작업일지에 "수리 완료"라고 한 줄 쓰고 끝내는 곳이 아직도 많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그 한 줄짜리 기록으로는 한 달 뒤에 같은 문제가 왜 다시 터지는지 절대 알 수가 없습니다. 날짜, 쇼트 수(shot coun..
새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아무도 안 쓰는 상황, 겪어보셨습니까. 저는 그 상황을 무려 3년 가까이 버텼습니다. 사출성형 현장에서 생산 모니터링 시스템을 올리는 데 첫 번째 시도가 통째로 실패했고, 두 번째 시도 끝에 겨우 가동은 했지만 종이 장부와 컴퓨터를 동시에 쓰는 이상한 시절이 또 2년이나 이어졌습니다. 그 긴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실시간으로 현장 불량률과 가동률을 핸드폰 앱으로 확인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실제로 부딪혀본 사람만 아는 이야기를 꺼내보겠습니다.시스템 도입, 두 번의 실패와 한 번의 결단처음 시작은 약 2년에 걸친 외부 업체 지원 프로젝트였습니다. 사출성형 공정 모니터링과 생산관리를 동시에 잡겠다는 목표였는데, 결과는 1차 실패였습니다. 시스템이 현장 흐름을 따라오지 못했고, 팀원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