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안됩니다. 전 세계에서 매년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3억 5천만 톤이라니, 저는 플라스틱 제조업에 종사하면서 한 해에만 수백 톤의 플라스틱 원료를 다루는데,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멍했습니다. 우리 회사 하나만 해도 이 정도인데, 전 세계의 합산이라니.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이 막대한 양이 결국 어디로 흘러가는지, 데이터를 보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국제거래, 바다 오염의 진짜 원인일까
부유국이 가난한 나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떠넘기고, 그것이 바다를 오염시킨다는 시각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저도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던 편입니다. 그런데 실제 수치를 들여다보면 구도가 조금 다릅니다.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중 국경을 넘어 거래되는 양은 약 500만 톤으로, 전체의 2%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폐기물 국제거래란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 비용이 낮은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거래량 자체가 2010년 대비 약 5분의 1 수준으로 이미 크게 줄어 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7년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였습니다. 당시 전 세계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흡수하던 중국이 2018년에는 점유 비중이 1%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단일 정책 하나가 글로벌 무역 흐름을 사실상 차단해 버린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약 100만 톤의 플라스틱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그 80% 이상이 아시아의 강에서 흘러나오고, 부유국이 수출한 폐기물이 해양 오염에 기여하는 비중은 최대 5%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즉 해양 오염의 핵심 변수는 국제 거래가 아니라, 각국 내부의 폐기물 관리 역량이라는 것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데이터가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남 탓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문제라는 뜻이니까요.

해양유입, 한국의 위치는 어디인가
한국의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약 200만 톤입니다. 미국 약 3,700만 톤, 중국 약 5,900만 톤과 비교하면 절대량은 훨씬 작습니다. 이것만 보면 한국은 글로벌 해양 플라스틱 문제에서 작은 행위자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2021년 Meijer 등의 연구에서 추정한 수치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플라스틱 유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040%입니다. 미국 0.25%, 일본 0.19%보다도 낮고, 중국 7.2%와 비교하면 약 180분의 1 수준입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은 해양 오염의 주된 가해국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좀 안도했다가, 바로 다음 지표를 보고 다시 긴장했습니다. 우리 바다가 마냥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항구 근처나 해안가를 가면 스티로폼 부표와 각종 어업용 플라스틱이 파도에 쓸려 여기저기 널려 있는 광경이 낯설지 않습니다. 제 눈을 찌푸리게 하는 그 장면들이 데이터 바깥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주요국 해양 플라스틱 현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국: 연간 발생량 약 5,900만 톤, 해양 유입 비중 7.2%
- 미국: 연간 발생량 약 3,700만 톤, 해양 유입 비중 0.25%
- 일본: 연간 발생량 약 800만 톤, 해양 유입 비중 0.19%
- 한국: 연간 발생량 약 200만 톤, 해양 유입 비중 0.040%
도달확률, 한국이 놓쳐선 안 될 숫자
절대 비중이 작다고 해서 방심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해양 도달확률(riverine transport probability) 때문입니다. 여기서 해양 도달확률이란, 잘못 관리된 플라스틱이 강을 거쳐 실제로 바다까지 흘러들어 갈 가능성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같은 양의 폐기물이라도 지형, 강의 구조, 해안선 특성에 따라 나라마다 이 수치가 크게 달라집니다.
한국의 해양 도달확률은 1.59%입니다. 미국 0.35%의 약 4.5배, 중국 0.19%의 약 8배에 달합니다. 일본은 3.58%로 한국보다 더 높지만, 동아시아 해안국이 지리적으로 해양 누출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폐기물 한 톤이 잘못 관리될 경우 바다로 빠져나갈 확률이 구조적으로 높습니다.
제가 공장에서 불량품이나 스크랩을 처리할 때를 생각해보면, 사내에서 재활용하거나 전문 업체에 매각하는 경로는 비교적 잘 관리됩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소비자 손에 넘어간 수백만 개의 제품이 어디서 어떻게 버려지는지는 제가 추적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일부가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 이 확률 수치가 그걸 숫자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5mm 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를 말하는데, 해안가 스티로폼이 파도에 조각나거나 세탁 과정에서 합성섬유가 마모될 때 발생합니다. 제가 직접 알아보기 전까지는 물티슈도 종이인 줄 알았는데, 실은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 소재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샴푸, 치약,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에서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 사용 자체를 당장 멈추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관련 통계는 환경부에서 매년 집계하고 있으며, 재활용 실적과 불법투기 현황도 포함됩니다(출처: 환경부).
재활용,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저는 플라스틱 제로 사회가 가까운 미래에 가능하다는 데 회의적입니다. 현실에서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할 소재는 아직 없고, 제가 몸담은 제조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가장 효과적인 접근은 폐기물을 가능한 한 깨끗하게 분리배출하는 것입니다. 재활용 선별처리 시스템은 이물질이 섞이면 처리 효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여기서 선별처리(sorting & processing)란, 수거된 폐기물 중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종류별로 분류하고 재생 원료로 만드는 전 과정을 의미합니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은 바로 재용융(re-melting)해서 펠릿으로 재가공하거나 매각하는데,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도 오염도가 낮을수록 같은 경로로 들어가기 훨씬 수월합니다.
실질적으로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항목들입니다.
- 플라스틱 용기는 헹군 뒤 분리배출한다. 음식물이 묻으면 재활용 불가 판정을 받는다.
- 스티로폼 부표 등 어업용 폐기물의 육상 회수에 적극 참여한다.
- 세탁 시 미세섬유 필터를 사용해 미세플라스틱 유출을 줄인다.
- 물티슈, 일회용 합성섬유 제품 사용을 의식적으로 줄인다.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및 정책 현황은 한국환경공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환경공단).
결국 해양 플라스틱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매일 플라스틱을 만지고 만들면서 이 고민을 안고 삽니다. 데이터가 보여주듯 한국은 절대량은 작지만, 한번 새어나가면 바다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은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플라스틱을 안 쓸 수는 없지만, 더 잘 쓰고 더 잘 버리는 것, 그게 현재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절실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