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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재탄생 열분해 (재생유, 화학적 재활용, 성형조건)

by newmoneylife1 2026. 5. 30.

저도 처음엔 재활용이라 하면 파쇄해서 펠릿으로 만드는 물질적 재활용만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폐플라스틱을 아예 기름으로 되돌리는 공장이 국내에 실제로 가동 중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석유에서 만든 플라스틱을 다시 석유로 돌려보낸다는 발상이, 지금 폐기물 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원료 생산 공정

재생유, 폐플라스틱이 기름이 되는 과정, 열분해란 무엇인가

전북 정읍에 위치한 웨이브 공장에서는 매일 수십 톤의 폐플라스틱이 기름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농업용 비닐, 공장 포장재, 라면 봉지, PET병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이미 업체들이 1차 분류를 마친 것들만 들어오기 때문에 공장 안이 의외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고 합니다.

핵심 기술은 열분해(Pyrolysis)입니다. 여기서 열분해란 플라스틱을 직접 불로 태우는 것이 아니라, 전기로 내부 세라믹을 가열하여 파동과 열로 플라스틱 분자 결합을 끊어내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플라스틱이 처음 만들어질 때 석유 분자를 이어 붙인 과정을 반대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인 셈입니다. 화학적 재활용이란 물질의 형태만 바꾸는 물질적 재활용과 달리, 분자 수준에서 원료 자체를 분해하여 원점으로 되돌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방식의 특징 중 하나는 굴뚝이 없다는 점입니다. 기름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탄 냄새가 거의 나지 않으며, 유해 연기 배출이 없는 구조입니다. 또한 플라스틱의 색상이나 투명도가 공정 결과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물질적 재활용과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물질적 재활용에서는 색상이나 오염도가 재생 펠릿의 품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도 현장에서 원재료 선별에 꽤 신경을 써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도착한 폐기물은 압축기를 거쳐 사각형 큐브 형태로 부피를 줄인 뒤, 하루 6톤 처리 용량의 대형 원통형 열분해 설비에 투입됩니다. 한 사이클이 24시간이며, 투입 후 설비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기름 추출이 진행됩니다.

재생유의 정제와 활용, 현실적인 한계는 어디인가

열분해 후 처음 추출된 기름은 중질유(Heavy Oil) 상태입니다. 중질유란 점도가 높고 불순물 함량이 많아 바로 쓰기 어려운 원유의 무거운 성분을 말합니다. 폐기물 24톤을 처리하면 약 18톤의 1차 기름이 나온다고 하니 수율 자체는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판매 가치가 낮아, 추가 정제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정제 후 최종 생산물은 나프타(Naphtha) 제조용 고품질 재생 원료입니다. 나프타란 석유화학 산업에서 PE, PP, PS 등 각종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경질 탄화수소 유분을 말합니다. 즉, 폐플라스틱이 다시 플라스틱의 원료로 순환하는 구조입니다.

이 재생유가 자동차 연료로 직접 쓰이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 개정과 인증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며, 현재 국내에서 실험 및 인증이 진행 중입니다. 재생유를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법과 기술이 동시에 성숙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기술만 앞서간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 줘야 실제 활용으로 이어집니다.

현재 웨이브 정읍 공장에서 생산된 재생유 전량은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유럽은 플라스틱, 자동차 등 공산품 생산 시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강력한 환경 규제를 시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국내는 아직 법률 제정 단계로, 재생 원료 사용 의무화나 미사용 시 페널티가 유럽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국내 플라스틱 산업 현장에서도 재생원재료 사용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법적 강제력보다는 자발적 도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폐기물 재활용 현황을 보면,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1,000만 톤을 넘어섰으며, 이 중 실질적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출처: 환경부). 열분해 기반의 화학적 재활용이 확대된다면 이 수치를 끌어올리는 데 실질적인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형조건 설정시 현장에서 느끼는 재생원재료의 가능성과 과제

저는 플라스틱 산업 현장에서 사출 성형을 다루면서 재생원재료를 직접 써본 경험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재생원재료는 신재(Virgin Material), 즉 한 번도 가공되지 않은 순수 원료와 달리, 열이력이 누적되어 물성이 달라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열분해로 인한 분자량 저하 때문에 신재와 동일한 성형 조건을 그대로 쓰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제 기술의 발전으로 신재에 가까운 수준의 재생원재료가 나오고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은 반가운 변화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대기업에서 생산된 재생원재료는 조건 편차가 적은 편인데, 중소기업에서 나온 것은 사출 성형(Injection Molding) 조건을 따로 잡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사출 성형이란 용융된 수지를 금형 내부에 고압으로 주입하여 원하는 형상의 제품을 만드는 플라스틱 가공 방식입니다.

현재 현장에서 재생원재료를 쓸 때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용융지수(MI, Melt Index): 수지의 흐름성을 나타내는 수치로, 신재 대비 변동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 성형 온도 구간: 재생원재료는 열이력에 따라 최적 가공 온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금형 내 수지 충전 균형: 원료 점도 변화가 생기면 게이트 밸런스 조정이 필요합니다
  • 성형조건 이력 관리: 원재료 로트별 조건 변화를 기록하고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원재료 종류가 늘어날수록 성형조건표도 덩달아 늘어나는데, 종이로 관리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공정관리 시스템이 더 체계적으로 확장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금형 설계 단계에서도 재생원재료의 유동 특성을 반영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유럽연합(EU)의 플라스틱 재활용 의무화 정책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신규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활용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상당한 패널티가 부과됩니다(출처: 유럽환경청(EEA)). 국내 산업도 결국 이 흐름을 피해 가기 어렵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기름이 되고, 그 기름이 다시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순환 구조는 분명 의미 있는 방향입니다. 다만 기술 발전과 함께 현장에서 재생원재료를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정관리 시스템과 성형 기술도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이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열분해 기반의 화학적 재활용은 지금 당장 현실에서 작동하는 대안입니다. 법과 제도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을 때, 재생유와 재생원재료가 국내 산업 전반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참고: https://youtu.be/cmYiWcGAY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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