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사출 현장에 나왔을 때 미성형 하나 잡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압력 올리고 속도 올리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불량을 잡으면 다른 불량이 튀어나오는 상황, 사출을 오래 하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겁니다.

쇼트샷(미성형)이 발생하는 진짜 이유
쇼트샷(Short Shot)이란 수지가 금형 캐비티 안에 완전히 충전되지 않아 성형품 일부가 미성형 상태로 나오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제품 모양이 완성되지 않고 일부가 뭉텅 잘려 나온 것처럼 보이는 불량입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수지의 점성이 높아져서 유동이 중간에 멈추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금형 내부에 갇힌 에어(공기)가 수지 흐름을 막아버리는 경우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겪어보니 후자가 의외로 많습니다. 겉으로 보면 조건 문제처럼 보여서 압력만 계속 올리다가 나중에 금형 문제였다는 걸 뒤늦게 파악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살 두께(벽 두께)가 균일하지 않은 제품에서 이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수지는 두꺼운 부분부터 먼저 채워지고, 얇은 부분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고화(응고)가 진행되어 충분한 압력이 전달되기 전에 유동이 멈춰버립니다. 0.3mm짜리 전지 팩을 PC/ABS로 성형할 때는 사출 속도 800mm/sec, 사출 압력 3,000 kgf/cm² 수준의 고속·고압 성형기가 필요할 정도입니다. 살 두께가 얇을수록 성형기 선정 자체가 불량의 첫 번째 변수가 됩니다.
미성형과 버가 동시에 발생할 때 대처법
제가 가장 곤혹스러웠던 상황이 바로 이겁니다. 미성형을 잡으려고 사출 압력을 올리면 버(Burr, 몰드 플래시)가 생기고, 버를 잡으려고 압력을 내리면 다시 미성형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게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조건 설정이 감이 아니라 감각의 문제가 된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버란 금형의 파팅 라인(PL면), 즉 금형이 맞닿는 경계선 부위로 수지가 흘러 들어가 얇은 날개 모양으로 굳어버리는 현상입니다. 형체력이 사출 압력을 이기지 못하거나, 금형 PL면의 밀착이 불량할 때 발생합니다. 형체력(Clamping Force)이란 금형이 열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힘을 말하며, 투영 면적과 수지 압력을 계산해서 적절한 성형기를 선정해야 합니다.
버와 미성형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제가 현장에서 취하는 접근 방식은 이렇습니다.
- 먼저 금형 온도를 올려서 수지 유동성을 확보하고, 사출 압력 의존도를 낮춘다
- 사출 충전을 95% 수준에서 끊고 보압(保壓)으로 전환해 압력을 단계적으로 낮춘다
- P L면 밀착 상태와 금형 강성을 확인해 구조적 원인인지 조건 원인인지 먼저 분류한다
조건으로만 해결하려 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램프 커버 사례에서는 살 두께를 0.5mm에서 0.7mm로 0.2mm만 키우고 금형 온도를 90도에서 125도로 올렸더니 쇼트샷과 싱크 마크가 동시에 해결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조건 조작보다 금형 수정이 더 확실한 해답인 경우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스 탄화와 흑조, 현장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
가스 탄화(Burn Mark)는 금형 안에 갇힌 에어나 가스가 수지 압력에 의해 단열 압축되면서 고온으로 변하고, 그 열로 수지가 타버리는 현상입니다. 단열 압축이란 기체가 압축될 때 외부와 열 교환 없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으로, 마치 디젤 엔진의 점화 원리와 같습니다. 탄화가 발생하는 위치는 대부분 최종 충전부, 즉 수지가 가장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곳입니다.
이 탄화와 쇼트샷은 사실 쌍둥이처럼 붙어 다닙니다. 수지 유동성이 남아있을 때는 탄화로 나타나고, 유동성이 없어지면 에어가 빠지지 못해 쇼트샷이 됩니다. 같은 원인에서 두 가지 불량이 갈리는 구조입니다. 이걸 모르고 쇼트샷만 보고 압력을 올리면, 탄화가 심해지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제가 처음에 딱 이 실수를 했습니다.
흑조(블랙 스트리크)는 조금 다릅니다. 수지가 분해되면서 수지 흐름 방향으로 검은 줄무늬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가열 통 내부에 수지가 체류하거나, 스크루 회전 시 에어가 휘말린 채 사출 될 때 발생합니다. PVC(폴리염화비닐) 수지처럼 열 안정성이 낮은 재료는 사출 속도를 조금만 올려도 전단 발열로 탄화가 쉽게 생기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국내 사출성형 관련 기술 표준에서도 PVC 계열 수지의 가공 온도 관리를 별도로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산업표준(KS) 포털).
사출 기술자가 갖춰야 할 진짜 역량
여기까지 읽으시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결국 다 금형 고치면 되는 거 아닌가?" 맞습니다. 저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디자인 변경이나 금형 수정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불량도 줄고 조건 설정 시간도 단축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디자인 변경은 쉽게 결정할 수 없습니다. 금형 수정도 일정과 비용이 뒤따릅니다. 그 사이에서 현장을 버텨주는 게 사출 기술자의 조건 설정 능력입니다. 제 경험상, 이 능력은 단순히 성형기를 오래 만진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금형 구조를 이해하고, 원재료 특성을 파악하고, 성형기의 응답성과 특성을 직접 비교해 본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합니다.
처음 배울 때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성형기를 많이 다뤄봐야 비교가 된다." 당시엔 그냥 흘려들었는데, 현장을 오래 다니다 보니 그 말이 정확했습니다. 가스 벤트(Gas Vent), 즉 금형에 가스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든 미세한 홈 하나의 깊이가 불량을 가르기도 하고, 성형기의 사출 속도 상승 응답성 하나가 얇은 살 제품의 성패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사출성형 불량 메커니즘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 자료들도 이 복합 불량의 어려움을 꾸준히 다루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고분자학회).
복합 불량이 얽혀 있을 때는 반드시 금형 설계자, 원재료 담당자, 제품 설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해야 합니다. 혼자 조건만 만지작거리다가는 시간만 날립니다. 그 협의 자리에서 기술자가 정확한 원인을 짚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출 기술자의 핵심 역량입니다.
사출 쇼트샷 문제는 조건 하나로 해결되는 경우보다 복합적인 원인이 얽힌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미성형, 버, 가스 탄화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면 조건 탓만 하기 전에 금형 구조와 수지 흐름을 먼저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습관이 결국 불량률을 줄이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참고: 사출성형 불량대책사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