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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식을 다 입히고 나서야 조건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처음부터 다시였습니다. 사출 성형에서 표면 마감은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드는 작업이 아닙니다. 수지 흐름, 냉각 시간, 배출 방식까지 전부 바뀝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걸 초반에 모르면 금형 설계가 끝난 시점에서 손댈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부식면, 수지 흐름을 방해한다
제가 처음 부식면을 다룰 때, 공정 순서를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시사출을 진행해서 조건을 잡고, 마지막에 부식을 입히면 된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부식을 입히고 나면 금형 캐비티와 코어 표면의 거칠기가 달라지고, 수지가 흐르는 방식이 바뀝니다. 결국 애써 잡아둔 성형 조건을 처음부터 다시 세팅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표면조도(Ra)란 표면의 미세한 凹凸 높이 차이를 수치로 표현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표면이 얼마나 거친지를 숫자로 나타낸 값입니다. 부식면은 이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수지와의 마찰 면적이 넓어지고, 유동 저항이 커집니다. 금형온도를 올리거나 사출속도를 조정하지 않으면 수지가 구석까지 제대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 경험상 부식면을 적용할 제품이라면 시사출 단계부터 부식을 입힌 금형 플레이트를 기준으로 조건을 잡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물론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부식 가공은 고가인 데다, 한 번 입힌 부식면에 설계 변경이 생기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부식 없이 시사출을 먼저 진행하고 나중에 입히는 순서를 택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노하우 데이터의 축적입니다.
SPI 표준(출처: Plastics Industry Association)에 따르면 표면 마감은 크게 A(고광택)·B(반광택)·C(무광택)·D(질감) 등급으로 분류됩니다. 부식면은 주로 D등급 또는 VDI 3400 기준의 중간~고번 영역에 해당합니다. VDI 3400이란 방전가공(EDM, 전기 방전으로 금속을 미세하게 깎아 질감을 만드는 공정)을 기반으로 표면 질감을 수치화한 유럽 기반 표준으로, 현재는 전 세계 금형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있습니다.
부식면의 거칠기가 세밀할수록(낮은 VDI 번호) 웰드 라인이나 수지 흐름 자국이 오히려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반대로 거칠수록 결함을 덮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비교해 봤을 때, 같은 조건에서 고운 부식면 제품에서는 게이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고, 거친 부식면 제품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 부식면은 표면조도(Ra)를 높여 수지의 유동 저항을 증가시킴
- 부식 후 금형온도·사출속도 등 성형 조건을 반드시 재세팅해야 함
- 거친 부식면일수록 웰드 라인·흐름 자국·밀핀 자국을 효과적으로 숨겨줌
- SPI A~D 등급 및 VDI 3400 기준으로 마감 유형을 선택할 수 있음
표면조도, 처음부터 설계에 반영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리브나 홀 주변의 가동 방향이 부식면과 맞지 않으면 취출(ejection, 성형이 끝난 부품을 금형에서 밀어내는 공정) 시 스크래치나 크랙이 생깁니다. 여기서 취출이란 이젝터 핀이 제품을 밀어내는 동작을 말하는데, 부식면은 표면 마찰이 크기 때문에 고광택면포다 이형 저항이 훨씬 강합니다. 취출 방향을 부식면 패턴과 맞게 설계해두지 않으면, 제품이 박히거나 표면에 끌림 자국이 생깁니다.
이 때문에 질감 마감이 들어가는 부품은 일반적으로 드래프트 각도(구배각)를 고광택 제품보다 크게 잡아야 합니다. 드래프트 각도란 금형에서 부품이 쉽게 빠질 수 있도록 측면에 주는 경사 각도입니다. 부식면이 깊을수록 구배각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설계 초기에 반영하지 않으면 후반에 금형을 재가공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단계에서 수정 비용이 가장 크게 발생합니다.
외장재와 내장재를 구분해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장재는 표면 마감보다 기능성이 우선이기 때문에 일부러 거칠게 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외장재는 디자인에 따라 부식, 도장, 헤어라인 같은 의도적인 표면 처리를 합니다. 도장을 올릴 제품이라면 굳이 고광택 마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도장 전에 일부러 미세 스크래치 형태로 표면을 만들어 도료의 부착력을 높이기도 합니다. 제가 도장 공정을 병행했을 때, 고광택 표면보다 약한 샌딩을 거친 표면에서 도료 밀착이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고광택 마감(SPI A등급)은 반대로 관리가 까다롭습니다. 여기서 SPI A등급이란 다이아몬드 버핑으로 만들어낸 거울면에 가까운 광택 수준을 말합니다. 미세한 기스 하나에도 제품 전체 품질이 좌우되기 때문에 금형 보관, 이송, 성형 중 이물질 혼입까지 전 과정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수축 불량도 고광택면에서는 즉시 눈에 띄지만, 부식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제가 아쉬웠던 것은 이런 노하우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쌓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존 금형 데이터나 유사 부식 처리 사례를 초반에 참고했다면, 시사출을 반복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VDI 3400 기준의 표준 자료(출처: Verein Deutscher Ingenieure (VDI))를 설계 단계부터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사출성형 표면마감
제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리한 기준입니다. 설계 초기에 이 항목들을 체크했다면 후반부 수정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 리브·홀 주변 가동 방향은 취출 방향에 맞춰 가공해야 크랙·박힘 방지 가능
- 부식 깊이에 따라 드래프트 각도(구배각)를 설계 초기에 충분히 확보해야 함
- 도장 예정 제품은 고광택 필요 없음, 오히려 미세 스크래치 표면이 도료 부착에 유리
- 고광택 제품은 금형·제품 보관 전 과정에서 기스 관리 필수
- 수축 불량은 부식면에서 상대적으로 덜 보이므로 외장재 선택 시 참고 가능
자주 묻는 질문
Q. 부식면을 입힌 후에 왜 사출 조건을 다시 잡아야 하나요?
A. 부식면은 금형 표면의 거칠기(표면조도, Ra)를 높이기 때문에 수지와의 마찰 면적이 커집니다. 이로 인해 수지의 유동 저항이 달라지므로 금형온도·사출속도·압력 등 성형 조건을 재세팅하지 않으면 미충전이나 표면 불량이 발생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과정을 생략하면 결국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Q. 부식면에서 게이트 자국이나 밀핀 자국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A. 부식면이 고울수록(낮은 VDI 번호, 낮은 Ra값) 수지 흐름 자국과 밀핀 자국이 더 선명하게 도드라집니다. 반대로 부식면이 거칠수록 이런 자국들이 패턴 속에 묻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국 은폐가 중요한 외장재라면 적절히 거친 부식 번호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SPI 표준과 VDI 3400은 어떻게 다른가요?
A. SPI 표준은 미국 플라스틱 산업 협회가 제정한 기준으로, 광택(A)부터 질감(D)까지 4개 등급으로 마감 유형을 구분합니다. VDI 3400은 독일 공학자협회(VDI) 기준으로, 주로 방전가공(EDM)으로 구현되는 질감 마감을 수치로 세분화한 표준입니다. 유럽 금형 업계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습니다.
Q. 도장을 할 제품인데 금형 마감을 고광택으로 해야 하나요?
A. 도장 예정 제품에 고광택 마감은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료의 부착력을 높이기 위해 미세한 스크래치 패턴이나 낮은 광택 마감이 더 적합합니다. 제 경험상 고광택 표면에 도장을 올리면 도료 밀착이 불안정해 박리 불량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반광택(SPI B등급) 정도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사출 성형에서 표면 마감, 특히 부식면은 설계 초반부터 결정되어야 할 사안입니다. 마지막 공정이라는 인식 때문에 뒤로 미뤄두다가, 정작 금형 설계 변경이 불가능한 시점에 문제가 터집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 대가는 시간과 비용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식면의 거칠기 선택, 구배각 확보, 취출 방향 설계, 도장 여부 판단은 전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관계를 이해하고 유사 제품의 노하우 데이터를 초기 설계에 반영한다면, 시사출 횟수를 줄이고 품질을 더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부식면이 들어간 금형을 다루게 된다면, 조건 세팅부터 설계 검토 순서를 꼭 한 번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