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제조업 사출 현장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보면, 불량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이 오히려 드물다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엔 성형 조건만 바꾸면 다 해결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불량의 원인은 재료, 기계, 금형,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한 가지만 건드려서는 좀처럼 잡히지 않습니다. 어디서 어떤 불량이 왜 생기는지를 먼저 알아야, 접근 방향 자체가 달라집니다.

성형 불량은 '위치'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불량이 나오면 무작정 사출 압력부터 올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당시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경험이 쌓이면서 느낀 건, 불량이 제품의 어느 부위에서 나오느냐가 원인 파악의 첫 출발점이라는 점입니다.
사출 성형에서 불량 발생 위치는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 게이트(gate) 부근: 수지가 금형 안으로 처음 진입하는 지점으로, 제팅(jetting)이나 플로 마크(flow mark)가 주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 유동 도중 구간: 수지가 캐비티(cavity) 안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웰드 라인(weld line)이나 싱크 마크(sink mark), 보이드(void) 등이 생깁니다.
- 충전 완료 부근: 수지가 캐비티 끝까지 도달하는 시점에서 미충전, 버(burr), 타버림 같은 불량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제팅(jetting)이란, 캐비티 안에 먼저 들어간 수지와 나중에 들어간 수지가 제대로 융합되지 않아 뱀이 기어간 것 같은 흔적이 표면에 남는 현상입니다. 보기에도 나쁘고, 제품 강도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웰드 라인(weld line)이란 수지가 금형 내부의 장애물을 우회하거나 다점 게이트에서 흘러온 수지가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융합 불량입니다. 선 모양으로 남아 외관을 해칠 뿐 아니라 해당 부위의 강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기능 부품에서는 특히 치명적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다점 게이트 금형에서 웰드 라인이 예상치 못한 위치에 생겨 강도 시험에서 반복적으로 불량 판정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싱크 마크(sink mark)란 성형품이 냉각되는 과정에서 살이 두꺼운 부분의 부피 수축이 집중되어, 표면이 안쪽으로 움푹 패이는 현상입니다. 스킨층이 수지의 수축력을 버티지 못할 때 표면에 드러납니다.
불량 유형별로 원인이 이렇게 다릅니다
불량 위치를 파악했다면, 다음은 어떤 불량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같은 표면 불량이라도 원인이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버스트리크(silver streak)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실버스트리크란 성형품 표면에 반짝이는 은색 줄기 형태의 흔적이 나타나는 불량으로, 수지의 건조 부족이나 가열통 내의 탈기 불량, 수분·에어·휘발분이 원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건조기 온도가 제대로 설정되어 있는지부터 의심해야 합니다. 성형 조건을 아무리 만져도 재료에 수분이 남아 있으면 절대 잡히지 않습니다.
보이드(void)는 살이 두꺼운 부분의 중심에 공동(空洞), 즉 빈 공간이 생기는 불량입니다. 표면이 먼저 굳고 내부가 나중에 수축하면서 중심부가 비어버리는 것입니다. 냉각 속도 차이가 클수록 보이드가 커지고, 반대로 표면이 약하면 같은 수축력이 싱크 마크로 나타납니다. 이 두 불량은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라고 보면 됩니다.
버(burr)는 수지의 점성이 낮거나 사출 압력, 금형 온도가 지나치게 높을 때 파팅 라인(parting line), 즉 금형이 맞닿는 경계면으로 수지가 삐져나오는 현상입니다. 오버팩(over pack)이 동반되면 금형을 열기도 어렵고, 이젝팅 불량이나 크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국내 사출 성형 산업의 불량 관리 수준에 대해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지속적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며, 성형 조건 최적화와 금형 설계 개선이 불량률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인 파악 순서, 저는 이렇게 접근합니다
일반적으로 성형 불량이 나오면 성형 조건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현장에서 제가 직접 써봤는데, 성형 조건을 먼저 건드리면 원인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복잡해지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제 경험상 원인 접근 순서는 이렇습니다.
- 온조기 작동 상태 확인: 금형 온도가 설정값대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봅니다.
- 성형기 세팅 점검: 이 제품에 맞는 수지 온도, 사출 속도, 보압 조건이 제대로 입력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금형 상태 점검: 게이트 마모, 벤트(vent) 막힘, 냉각 라인 이상 여부를 살펴봅니다. 여기서 벤트란 캐비티 내 공기나 가스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금형에 만들어 놓은 가는 틈을 말합니다. 이게 막히면 타버림이나 미충전이 발생합니다.
- 성형 조건 조정: 위 세 가지를 점검한 뒤에도 불량이 지속될 때, 마지막으로 성형 조건을 손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성형 조건이 불량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금형이 성형품 품질의 약 80%를 좌우하고, 재료와 성형 조건은 나머지 20% 정도입니다. 이 비율은 저만의 느낌이 아니라, 현장에서 수십 가지 불량을 경험하면서 체득한 판단입니다.
사출 성형 불량에 관한 기술 기준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도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측정 및 품질 관리 측면의 표준화된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불량 하나를 잡기 위해 성형 조건만 이리저리 바꾸는 건, 솔직히 말하면 원인을 모른 채 손을 대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금형, 재료, 기계, 조건, 이 네 가지를 두루 이해하고 있어야 비로소 불량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처음엔 막막하게 느껴지더라도, 발생 부위와 불량 유형을 기준으로 접근하다 보면 점점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부터 현장이 조금씩 달라 보입니다.
참고: 사출 성형 불량 대책 사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