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범용 스크루 하나로 PC, ABS, PP를 모두 돌리는 현장, 저도 똑같이 경험했습니다. 배울수록 안타까운 현실이었는데, 그 답은 결국 스크루 설계와 실린더 온도 두 가지로 좁혀졌습니다. 이 글은 그 현장 경험을 있는 그대로 풀어낸 것입니다.

스크루 설계가 가소화 능력을 결정한다
사출성형기에서 스크루의 L/D 비율은 18~20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L/D란 스크루 유효 길이(L)를 스크루 직경(D)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클수록 수지가 열을 받는 시간이 길어져 균일한 용융 상태를 만들기 쉽습니다. 제가 일하는 공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도 이 숫자였습니다. L/D가 20인 범용 열가소성 스크루 하나로 PC도 돌리고, PP도 돌리고, ABS도 돌리고 있었으니까요.
스크루는 공급부(피드존), 압축부(컴프레션존), 계량부(메터링존) 이렇게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공급부에서는 재료를 받아 예열하고, 압축부에서 히터 열과 전단 발열로 수지를 녹이며, 계량부에서 최종적으로 균일하게 혼련 합니다. 각 구간이 역할이 다른 만큼, 어떤 수지를 쓰느냐에 따라 스크루 형상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압축비(C/R)도 마찬가지입니다. 압축비란 공급부 홈 단면적을 계량부 홈 단면적으로 나눈 값으로, 수지에 얼마나 강한 체적 압축을 가하는지를 나타냅니다. 열가소성 범용 스크류는 압축비가 2 ~2.8 수준이고 열경화성 스크루는 1 ~ 1.1로 훨씬 낮습니다. 열경화성 수지는 스크루 회전 중 발열로 경화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압축을 거의 주지 않는 것입니다. 이걸 처음 배웠을 때 "아, 그래서 재료마다 스크루가 달라야 하는구나"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PC는 점도가 높고 가스 발생이 많아서 배압(Back Pressure) 설정이 꽤 민감합니다. 배압이란 스크류가 후퇴할 때 그 방향에 저항을 주는 압력으로, 용융 수지 안의 공기와 가스를 스크루 뒤쪽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배압이 너무 낮으면 실버스트리크 같은 불량이 생기고, 너무 높으면 전단 발열로 수지 온도가 올라가 오버히팅으로 이어집니다. 적정 배압은 사출 실린더 압력계 기준 0.5~2 MPa 정도가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 범위 안에서도 수지마다 체감이 꽤 다릅니다.
범용 스크류에서 발생하는 대표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PC: 가스 발생이 많아 실버스트리크, 흑점 불량 빈발
- PP: 펠릿이 충분히 녹지 않아 표면 미가소 불량 발생
- ABS: 배압 설정이 불안정할 경우 색 얼룩, 계량 산포 발생
이처럼 재료가 달라지면 스크루 설계 자체가 달라야 하는데, 비용 절감이라는 이유 하나로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장의 현실입니다. 배울수록 답답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실린더 온도와 수지 특성을 함께 읽어야 한다
제 경험상 원재료 특성만 알아도 실린더 온도 설정의 절반은 맞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수지를 퍼징 했을 때 그 점성과 흐름을 손으로 느껴보는 것, 제품 표면을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 이게 책에는 없는 현장 감각입니다.
결정성 수지와 비결정성 수지는 실린더 온도 설정 방향이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결정성 수지는 용융점 부근에서 급격히 녹기 때문에 잠열, 즉 상태 변화에 필요한 열에너지를 별도로 공급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린더 후부 온도를 높게 설정하는 편이 가소화 상태가 좋아집니다. 반대로 비결정성 수지는 실린더 후부 온도를 너무 올리면 스크루에 수지가 융착 되어 스크루 공전이 일어나고, 이게 실버스트리크나 타버림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차이를 몰라서 PP와 ABS를 비슷한 조건으로 돌리다가 제품 표면이 엉망이 된 적이 있습니다.
온도 제어 방식도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최근 사출성형기는 PID 제어 방식으로 가열 실린더 온도를 관리합니다. PID 제어란 설정값과 실제값의 차이를 비례·적분·미분 계산으로 자동 보정하는 방식인데, 서모커플(thermocouple, 온도 감지 센서)의 위치에 따라 실제 수지 온도와 설정값 사이에 편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린더 후부와 중부 사이 구간이 특히 방열량 불균형으로 오버히트가 생기기 쉬운 구간인데, 이 위치에 수지가 체류하면 강정 상태로 굳어져 가소화 불량과 흑점 발생으로 이어집니다. 국내 사출성형 현장의 불량 원인 중 온도 관리 미흡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제조공정 품질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내용입니다(출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같은 원재료라도 색상에 따라 물성이 달라지는 것도 직접 써봤는데 예상 밖이었습니다. 진한 색상일수록 안료 함량이 높아 점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실린더 온도를 조금 더 높여야 하고, 고광택 원재료는 금형 온도까지 함께 올려줘야 제대로 된 성형이 됩니다. 이런 내용은 원재료 업체에서도 따로 알려주지 않아서, 조건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을 써야 했습니다. 사출성형 공정에서 수지 물성과 온도 조건의 상관관계에 관한 기술 정보는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의 기술 자료에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온도 설정 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수지 종류 (결정성 vs 비결정성)
- 가소화 스트로크 길이와 사이클 타임
- 스크류 회전수와 배압 설정값
- 색상 및 안료 종류에 따른 점도 차이
- 서모커플 위치와 실제 온도 편차
이 다섯 가지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조건을 잡는 게 처음엔 복잡해 보이지만, 제 생각에는 결국 원재료 특성을 먼저 파악하고 실린더 온도를 맞추면 나머지 계량과 배압 설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제품이든 최적 조건의 범위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세밀하게 조정하는 것이 현장 기술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출성형에서 반복 불량을 줄이는 핵심은 단순합니다. 원재료에 맞는 스크루와 실린더 온도, 그리고 적정 배압 설정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비용 때문에 스크루 교체가 어렵다면 최소한 실린더 온도 설정만큼은 수지 특성에 맞게 가져가야 합니다. 제품을 눈으로 보고, 수지를 손으로 느끼면서 조건을 잡아가는 것, 그게 결국 현장에서 답을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습니다.
참고: 사출성형 불량대책 사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