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금형만 잘 만들면 불량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현장에서 꽤 오랜 시간 그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잘 만들어진 금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불량이 터지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사출성형 불량은 금형, 수지, 성형조건, 환경 온도까지 모든 변수가 얽혀 있어서 단 하나의 원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찰과상·색얼룩·이형 마크, 팩트로 짚는 원인과 대책
일반적으로 찰과상이나 이형 불량은 금형 설계 문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실제로 언더컷이 남아 있거나 빼기 구배가 부족하면 사출 후 이형 시에 제품 표면에 상처가 생깁니다. 여기서 빼기 구배란 금형에서 성형품을 꺼낼 때 걸림 없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제품 측면에 주는 미세한 경사각을 말합니다. 이 각도가 0에 가까울수록 이형 시 마찰이 심해져 찰과상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문제는 빼기 구배가 충분한데도 불량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오버팩 상태에서 냉각 시간이 너무 길게 설정되어 있으면 수지가 금형에 더 강하게 달라붙어 같은 불량이 반복됩니다. 오버팩이란 캐비티 내부에 수지가 과도하게 충전된 상태를 말하며, 이 경우 내부 압력이 높아져 성형품이 금형 벽면에 밀착되는 힘이 커집니다. 사출 압력을 낮추고 보압 시간을 줄이는 것이 기본 대책인데, 금형 온도를 함께 높여주면 효과가 배가됩니다.
색얼룩 문제는 조금 다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성형 조건보다 착색제와 마스터 배치 혼합 상태가 더 결정적입니다. 마스터 배치란 안료나 첨가제를 고농도로 담체 수지에 분산시킨 펠렛 형태의 착색제로, 버진재와 일정 비율로 혼합해 사용합니다. PP나 PE처럼 결정성 수지에서 계량 스트로크가 길고 사이클이 짧은 조건이면 혼련이 불충분해 색얼룩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이때 풀 플라이트 스크루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스크루 선단에 믹싱 헤드를 추가하거나 배압을 올려 가소화 시 혼련 효과를 높이는 것이 실질적인 해결책입니다.
이형 마크의 경우, 저는 냉각 시간을 길게 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젝터 핀의 온도와 금형 온도 차이가 원인인 경우에는 냉각 시간을 아무리 늘려도 마크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핀이 접한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의 온도 편차가 이형 시 표면 상태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이클을 단축해서 이젝트 시점의 온도 편차 자체를 줄이는 방향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색얼룩·이형 불량 대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가열통 중 후부 온도를 올려 미가소 상태를 방지한다
- 배압을 높여 스크루 계량 시 혼련 효과를 개선한다
- 믹싱 헤드 또는 서브 플라이트 스크루 채용을 검토한다
- 이형 마크가 지속될 경우 이젝터 핀 수량 증가 및 핀 경 축소를 고려한다
- 금형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해 이젝트 시 온도 편차를 최소화한다

치수 정밀도 불량, 경험으로 확인한 진짜 원인
치수 정밀도 문제는 현장에서 정말 눈물 나는 불량입니다. 불량률이 5%였다가 다음 날 20%로 뛰어오르는 상황,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치수 산포의 원인은 금형 가공 오차가 약 1/3, 성형 조건이 약 1/3, 금형 마모와 성형 수축 오차가 각각 1/6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양산 현장에서 갑자기 산포가 커질 때는 대부분 온도 변동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치수 산포란 동일한 금형과 조건에서 생산된 성형품들의 치수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 분포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허용 공차가 좁은 정밀 부품에서는 0.03mm의 캐비티 간 치수 차이만으로도 전체 불량률이 크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봐온 사례에서도 2 캐비티 금형의 A와 B 간 치수 차이를 금형 검수 단계에서 수정하지 않아 나중에 훨씬 많은 비용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금형 검수 시점에서 수정을 해두면 이후 허용 공차 여유가 생겨 불량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아쉽게도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1사이클 시간의 안정화가 치수 관리의 핵심이라는 것도 현장 경험으로 확인한 부분입니다. 이젝트 불량으로 중간 시간이 길어지면 그 이후 1~2쇼트의 성형품 치수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이는 중간 시간 변화로 노즐 온도가 미묘하게 변화하고, 그것이 수지 점도와 충전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역 테이퍼 노즐을 적용하고 노즐 온도를 소폭 올려 안정화시키면 개선 효과가 있었습니다.
국내 플라스틱 산업에서 치수 정밀도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가공업체 수는 수천 개에 달하며, 자동차·전자부품 등 고정밀 분야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입니다(출처: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 그만큼 성형 조건의 산포 관리, 유압 작동유 온도 관리, 냉각수 관리까지 종합적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치수 안정화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예전에 금형회사와 같은 건물을 쓰는 회사에 다닌 덕분에 금형 설계 단계부터 현장 성형까지 흐름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이 불량 원인을 추적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많은 중소기업들은 금형 공장을 직접 보유하지 못하고 있어서, 불량이 나도 금형 측 원인인지 성형 조건 문제인지 판단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국내 제조업 기반 연구를 수행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도 중소 사출성형 업체의 공정 데이터 연계 관리 역량 강화를 주요 과제로 언급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사출성형 불량은 원재료 선택, 금형 설계, 성형 조건, 환경 온도 관리까지 어느 한 단계도 허술해서는 안 되는 종합 시스템 기술입니다. 재생 원재료 비율이 높아지고 생분해 플라스틱 적용도 늘어나는 지금, 원재료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조건만 건드리는 방식으로는 근본 해결이 어렵습니다. 이 글이 현장에서 불량 원인을 찾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실마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사출성형 각 불량 유형을 더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참고: 사출성형 불량대책 사례집